밝기 ☀ 🌙
글씨 크기 21px
자동 넘김 느림 빠름
배경음
취침 타이머
화면 켜둠 읽는 동안 화면이 꺼지지 않게
태교 설정
태명을 넣으면 마지막 인사가 “잘 자렴, 콩이야”로 바뀌어요. 모두 이 기기에만 저장됩니다.
한국 옛이야기 · 한국 전래동화 '개와 고양이의 구슬 찾기'

개와 고양이

한국 전래동화 · 아빠 태담 잠자리 이야기 · 약 4분

해 질 무렵, 강가에 작은 집 한 채가 있었습니다. 굴뚝에서 저녁밥 짓는 연기가 가늘게 올라갔지요. 그 집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개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가 살았답니다.

어느 날 저녁, 할아버지의 그물에 커다란 잉어 한 마리가 걸렸어요. “할아버지, 저를 강으로 보내 주세요. 이 은혜는 꼭 갚을게요.” 잉어의 눈이 꼭 사람처럼 맑았습니다.

“그래, 물속이 네 집이지. 어서 돌아가거라.” 할아버지는 잉어를 강물에 놓아주었어요. 이튿날 아침, 문 앞에 반들반들한 구슬 하나가 놓여 있었답니다.

그 구슬은 요술 구슬이었지요. 두 손에 쥐고 바라면, 쌀독에 쌀이 차고 방이 따뜻해졌대요. 작은 집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강 건너 마을에 그 구슬이 몹시 부러운 사람이 살았어요. 어느 날 그 사람은 몰래 들어와 구슬을 가지고 가 버렸지요. 작은 집은 다시 조용해지고, 할머니의 한숨만 길어졌답니다.

마루 끝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눈이 넷 있었습니다. “구슬이 없어졌어! 강 건너 그 집이 틀림없어. 지붕이라면 내가 제일 빠르지.” “같이 가자. 강은 내가 건넌다.” 개는 짧게 말하고 몸을 일으켰어요.

둘은 아무도 모르게 사립문을 빠져나왔답니다. 고양이는 담 위로, 개는 길 아래로, 발소리를 죽이며 나아갔지요. 이윽고 눈앞에 캄캄한 강이 넓게 펼쳐졌습니다.

“강이 이렇게 넓었나. 나는 헤엄을 못 치는데…” “등에 타라.” 개는 몸을 낮춰 등을 내주었어요. 고양이가 등에 오르자, 개는 조용히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밤의 강은 넓고 깊었지요. 개는 네 발을 저어 한 발 한 발 나아갔더랍니다. 고양이는 개의 목을 꼭 끌어안고 먼 불빛만 바라보았어요.

강 건너 마을에 닿자, 고양이가 먼저 땅으로 내려섰습니다. “여기서 기다려. 지붕은 내 길이니까.” 고양이는 담을 타고 지붕 위로 가볍게 올라갔지요.

고양이는 지붕 밑 작은 틈으로 소리 없이 들어갔어요. 집 안 깊은 곳, 장롱 위 작은 함에서 무언가 희미하게 빛났지요. “찾았다. 반들반들, 우리 구슬이구나.” 고양이는 구슬을 입에 꼭 물고, 들어온 길로 가만히 되돌아 나왔답니다.

개는 강가에서 꼬리를 살랑 흔들며 기다리고 있었지요. “잘했다. 말은 내가 할게. 너는 구슬만 꼭 물고 있어.” 고양이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답니다. 구슬을 문 입으로는 말을 할 수 없었으니까요.

돌아가는 강물은 아까보다 더 캄캄했습니다. 개는 고요히 발을 저었고, 고양이는 구슬을 문 채 개의 등만 믿었지요. 캄캄한 물 위를 두 친구가 한 몸처럼 건너갔답니다.

마침내 발밑에 강가 모래가 닿았어요. 둘은 물을 털고 집으로 달려가, 잠든 할아버지 머리맡에 구슬을 가만히 놓아두었지요. 긴 밤이 그제야 끝났습니다.

“아이고, 구슬이 돌아왔네! 대체 누가…” 아침에 눈을 뜬 할머니가 마당을 내다보았지요.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개와 고양이가 앉아 있었답니다. 할아버지는 둘을 안고 몇 번이고 쓰다듬었습니다.

그날 밤, 두 친구는 따뜻한 아랫목에 자리를 얻었습니다. “고마워. 네 등이 세상에서 제일 든든했어.” “나도 고맙다. 구슬은 네가 찾았지.” 둘은 꼬리를 살랑 겹친 채, 아랫목 온기 속으로 스르르 잠이 들었답니다.

아빠 한마디 ✶

구슬은 참 신기한 물건이었지. 두 손에 쥐고 바라기만 하면 쌀독이 차고 방이 따뜻해졌으니까. 그런데 아빠는, 캄캄한 강을 건너 그 구슬을 물고 온 두 친구의 마음이 구슬보다 더 귀하다고 생각했어.

개는 강 앞에서 등을 내주었고, 고양이는 그 등에 온몸을 맡겼단다. 서로 등을 내어 주는 일, 그리고 그 등을 믿고 기대는 일. 아빠는 우리 아가가 살아가면서 그런 친구를 꼭 만나게 되리라 믿어. 우리 아가가 누군가에게 그런 등이 되어 주는 날도 있으면 좋겠고.

오늘 밤은 아빠의 팔베개가 우리 아가의 아랫목이란다. 고맙다고 말하고, 고맙다는 말을 들으며, 그렇게 하루를 닫는 사람이 되렴.

잘 자렴, 우리 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