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와 바다거북
“이 우물은 말이야,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집이야!” 맑은 물이 고인 오래된 우물 속에서, 개구리가 오늘도 가슴을 한껏 펴고 자랑을 했답니다. 시원한 물, 매끈한 돌, 올려다보면 동그란 하늘까지 있었으니까요.
우물 안은 개구리의 온 세상이었지요. 아침이면 벽을 타고 내려온 햇살이 물 위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지요. 개구리는 그 동그라미를 세상 무엇보다 아꼈습니다. 해 질 무렵이면 그 동그라미가 주홍빛으로 물드는 것도 근사했어요.
낮이 되면 폴짝, 돌에서 물로 뛰어들며 놀았어요. 물장구를 치다가 지치면 매끈한 돌 위에서 낮잠을 잤지요. 부러울 게 하나도 없다는 노래를 지어 부르기도 했대요.
그러던 어느 날, 우물가에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느린 걸음으로 먼 길을 걸어온 바다거북이었지요. “안녕하시오, 작은 친구. 시원한 물 냄새에… 잠시 들렀다오.”
개구리는 신이 나서 목청을 높였어요. “어서 와! 이렇게 좋은 집은 처음 보지?” 물맛 자랑도 빼놓지 않았지요. 바다거북은 우물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는, 참 아늑한 집이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훨씬 더 큰 물에서 왔다오.” 사람들은 그곳을 바다라고 불렀지요. “바다? 그게 내 우물보다 커?” 개구리의 눈이 접시처럼 동그래졌지요.
바다거북은 눈을 가만히 감고, 아주 천천히 말을 이었답니다. “바다에서는 파도가 쉬는 법이 없다오. 철썩… 밤이고 낮이고 밀려온다오.” 크고 하얀 물 언덕이 끝없이 밀려왔다가, 다시 먼 곳으로 물러간다고 했습니다. 개구리는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바다 끝은 어디냐고, 개구리가 숨도 쉬지 않고 물었습니다. “열흘을 헤엄쳐도, 끝은 보이지 않는다오.” 다만 저 멀리, 물과 하늘이 만나 한 줄로 나란히 눕는 자리가 있을 뿐이라고 했어요. 그 줄의 이름은 수평선이라고 했지요.
“바람에서는 소금 냄새가 난다오. 짭짤하고… 시원하다오.” 맡을 때마다 가슴이 넓어지는 냄새라고 했어요. 개구리는 조그만 코로 숨을 깊이 들이마셔 보았지요. 어쩐지 우물 냄새 끝에서 낯설고 근사한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습니다.
개구리는 제 하늘을 한참 올려다보았답니다. 동그랗고, 파랗고, 그리고 오늘따라 조금 작아 보이는 하늘. “내 하늘은 동그라미 하나인데, 바다 위 하늘은 끝이 없구나.”
바다거북이 무거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습니다. “우물은 오늘도 좋은 집이라오. 친구의 마음이… 그만큼 자란 것이지요.” 그 말이 개구리는 어쩐지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구리 가슴속에서 반가운 무언가가 자꾸 커졌어요. “정했어! 언젠가 꼭 바다를 보러 갈 거야!” 파도 소리도 듣고, 소금 냄새도 실컷 맡아 볼 작정이었지요. 바다거북은 그날이 오면 바닷길을 앞장서서 안내해 주마고 약속했답니다.
바다거북은 왔던 길을 느린 걸음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개구리는 돌 위에서 폴짝 뛰어오르며 배웅을 했지요. “고마워! 하나도 안 잊을게!”
그날 저녁, 우물 안은 여느 때처럼 고요했답니다. 그런데 개구리 눈에는 모든 게 조금씩 새로워 보였대요. 매끈한 돌도, 시원한 물도, 동그란 하늘도 오늘따라 더 정답게 느껴졌거든요. 우물 벽 너머 어딘가에 넓은 바다가 정말로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그랬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개구리는 물가에 앉아 작은 소리로 흉내를 내 보았어요. “철썩… 이게 파도가 인사하는 소리랬지?” 그 소리는 우물 벽에 닿아 둥근 메아리로 순하게 울렸습니다.
밤이 깊자, 개구리는 제일 좋아하는 돌 위에 다리를 모으고 엎드렸지요. 올려다본 동그란 하늘 안에는 어느새 작은 별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어요. 동그란 별 무리를 한참 바라보던 개구리는 “잘 자, 나의 우물, 잘 자, 나의 바다.” 하고 속삭이며 눈을 감았습니다.
개구리는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어째서 그렇게 가슴이 뛰었을까? 아빠는 그 대목이 참 신기하고 예뻤어. 제 우물을 아끼는 마음 곁에, 더 넓은 것을 반가워하는 마음이 나란히 살 수 있다는 걸 개구리가 보여 준 것 같았거든.
우물 위에는 동그란 하늘이 딱 하나 떠 있었지. 아빠는 그 동그라미가, 지금 우리 아가가 사는 조그맣고 따뜻한 세상을 닮았다고 생각했어. 동그란 하늘을 사랑하면서도 그 너머를 궁금해한 개구리처럼, 우리 아가가 제 세상을 아끼면서 바깥을 설레는 마음으로 궁금해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아빠는 벌써 작은 약속 하나를 품었단다. 우리 아가가 처음으로 진짜 바다 앞에 서는 날, 곁에서 파도 소리를 함께 들어 주는 사람이 아빠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