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 한 톨
옛날 옛적, 산골 마을에 총각 하나가 살았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좁쌀 한 톨뿐이었지요. 그래도 마음만은 넉넉한 사람이었어요.
어느 날 아침, 총각은 봇짐을 챙겨 길을 나섰어요. 봇짐 속에는 좁쌀 한 톨이 종이에 곱게 싸여 있었지요.
해가 지자 첫 번째 집에 닿았답니다. “하룻밤만 재워 주세요. 이 좁쌀 한 톨도 잘 좀 맡아 주시고요.” 주인은 웃으며 좁쌀을 선반에 얹어 두었어요.
이튿날 아침, 주인이 난처한 얼굴로 나왔습니다. “미안하네. 밤새 쥐가 그걸 먹어 버렸어.” “그럼 그 쥐를 주세요.”
총각은 쥐를 받아 품에 안고 다시 길을 걸었지요. 쥐는 저고리 속에서 아주 얌전히 있었어요.
두 번째 집에서도 총각은 똑같이 부탁했답니다. “이 쥐를 하룻밤만 맡아 주세요.” 주인은 쥐를 광에 넣어 두었고요.
아침이 되자 주인이 광 앞에서 머리를 긁적였어요. “고양이가 그만…” “그럼 그 고양이를 주세요.” 총각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집에서는 고양이가 말굽 소리에 놀라 달아나 버렸다지요. 총각은 말고삐를 받아 들고 껄껄 웃었어요. “이거, 봇짐이 점점 무거워지는걸요.”
네 번째 집에서는 말이 황소를 따라 뒷마당으로 가 버렸대요. 주인이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괜찮아요. 소도 밥은 먹어야지요.”
그렇게 총각은 커다란 황소를 몰고 다섯 번째 마을에 들어섰지요. 마침 논에서는 사람들이 쩔쩔매고 있었어요.
“소가 없어서 논을 못 갈고 있다오.” 흰 수염 할아버지가 긴 한숨을 쉬셨답니다. 총각은 두말없이 고삐를 건넸어요. “쓰세요. 저는 바쁘지 않으니까요.”
황소는 하루 종일 논을 갈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총각에게 밥을 지어 주고, 자리를 펴 주었지요.
그 집에는 마음씨 고운 처녀가 하나 있었어요. 밥상을 내오며 조용히 물었지요. “좁쌀 한 톨로 여기까지 오셨다면서요?”
“한 톨이 쥐가 되고, 쥐가 고양이가 되고요.” 총각이 손가락을 하나씩 꼽자 처녀가 웃음을 터뜨렸답니다. “그럼 이 다음은 무엇이 될까요?”
총각은 잠깐 부끄러워하다가 대답했대요. “이 다음은, 제가 여기 머무는 것이지요.” 마당에 있던 사람들이 손뼉을 쳤어요.
그해 가을, 마을에는 조촐한 잔치가 열렸습니다. 좁쌀 한 톨로 길을 나선 총각이 논 옆 작은 집에 살림을 차렸지요. 사람들은 그 집을 좁쌀집이라고 다정하게 불렀답니다.
총각이 가진 건 처음부터 좁쌀 한 톨뿐이었어. 그런데 무언가를 잃을 때마다 화를 내는 대신 "그럼 그것을 주세요" 하고 웃었더니, 한 톨이 쥐가 되고, 쥐가 고양이가 되고, 끝내는 황소가 되었단다.
아빠 마음에 더 오래 남는 건 그 황소를 논에 선뜻 내어 준 대목이야. 여기까지 애써 불려 온 걸 남에게 주다니, 손해 같지 않니. 그런데 총각이 마지막에 얻은 건 소가 아니라 함께 밥 먹을 사람들이었지.
우리 아가도 손에 쥔 것이 너무 작아 보이는 날이 있을 거야. 그럴 때 그 작은 걸 꼭 움켜쥐기보다, 한 번 웃고 한 번 내어 줄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아빠는 그런 손에 좋은 것이 자꾸 모여든다고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