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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옛이야기 · 일본 전래동화 '모모타로'

복숭아에서 태어난 아이

동양 전래동화 · 아빠 태담 잠자리 이야기 · 약 4분

냇가에서 빨래를 하던 할머니가 문득 손을 멈췄습니다. 둥실둥실, 커다란 복숭아 하나가 물살을 타고 내려오지 않겠어요. 할아버지는 그날도 산에 나무를 하러 가고 없었지요. 오래도록 아이가 없던 집이라, 두 분은 늘 조금 쓸쓸했답니다.

“아이고, 이렇게 큰 복숭아는 난생처음 보네.” 할머니는 두 팔을 활짝 벌려 복숭아를 폭 안았어요. 어찌나 무겁던지, 몇 걸음 걷고 쉬고 또 몇 걸음 걷고 쉬었더랍니다.

저녁 무렵 돌아온 할아버지는 눈이 동그래졌어요. 두 분이 복숭아를 가만히 가르자, 그 속에서 아기가 방긋 웃으며 나왔지 뭐예요. “여보, 여보! 아기예요, 아기!” 두 분은 아기를 품에 안고 한참을 울다 웃었습니다.

복숭아에서 나왔다고 복숭아 아이. 이름은 그렇게 붙었지요. 밥 한 그릇에 한 뼘, 두 그릇에 두 뼘씩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어요. 몸도 마음도 튼튼한 아이였고요.

“또 없어졌대요. 이번엔 쌀가마니래요.” “바다 건너 섬에 사는 도깨비들 짓이라던데.” 마을 어귀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습니다. 아이는 아무 말 없이 그 이야기를 다 들었답니다.

그날 밤, 아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앞에 무릎을 모으고 앉았습니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빼앗긴 것을 돌려받아 올게요.”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부엌으로 들어가 수수경단을 동글동글 빚었어요.

“가다가 배고프거든 하나씩 꺼내 먹으렴.” 할머니는 경단 보따리를 아이 허리에 매어 주었지요. “꼭, 꼭 돌아오너라.” 그 말끝이 조금 떨렸답니다.

얼마쯤 걸었을까요. 누런 개 한 마리가 코를 킁킁대며 다가왔어요. “그 보따리, 냄새가 참 좋습니다. 한 알만 주시면 제가 앞장서서 길을 살피지요.” 아이가 경단을 반으로 떼어 주자, 개가 옆에 나란히 섰습니다.

산길로 접어드니 나무 위에서 무언가 폴짝 내려왔지요. “나도 갈래요! 담 넘는 거라면 나 따라올 자가 없는데.” 원숭이는 아이 둘레를 빙글빙글 돌며 재잘거렸습니다. 경단은 이번에도 반으로 나뉘었답니다.

넓은 들판에 이르자 꿩 한 마리가 포르르 날아와 앉았습니다. “저는… 힘은 없지만, 하늘에서 살펴 드릴 수 있어요.” 가늘고 조심스러운 목소리였어요. 아이는 남은 경단을 기꺼이 반으로 갈랐고, 이제 넷이 되었지요.

넷이 나란히 걸어간 바닷길. 그 끝에서 작은 배 한 척을 얻어 탔답니다. 파도를 넘고 또 넘어 마침내 도깨비 섬에 닿았어요. 섬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요.

“이런 담쯤이야.” 원숭이가 훌쩍 담을 넘어 빗장을 풀었어요. 꿩은 하늘로 높이 날아올라 안을 살피고, 개는 앞장서서 아이 곁을 든든하게 지켰습니다.

문이 스르르 열리자 도깨비들이 화들짝 놀랐답니다. 그런데 아이는 소리를 지르지도, 주먹을 쥐지도 않았어요. “이 곡식은 겨울을 나려던 할머니의 것이에요. 이 옷감은 아기 옷을 지으려던 어머니의 것이고요.” 낮고 조용한 목소리였지요.

도깨비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어요. “미안합니다. 우리가 참 부끄럽습니다.” 미운 마음으로 가져온 물건들이 그제야 무겁게 느껴졌던 거예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하나둘 고개를 숙였답니다.

빼앗아 온 것은 하나도 남김없이 제자리로 돌아왔답니다. 넷은 배에 짐을 싣고 마을로 향했어요. 잃었던 것을 되찾은 사람들이 활짝 웃었지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이를 오래오래 안아 주었답니다.

그날 밤, 넷은 마루에 나란히 앉았어요. 보따리 바닥에 경단이 딱 한 알 남아 있었답니다. 넷은 그 한 알을 조금씩 나누어 먹었지요. 달빛이 마루 끝에 가만히 내려앉았습니다.

아빠 한마디 ✶

"가다가 배고프거든 하나씩 꺼내 먹으렴." 할머니가 경단을 싸 주며 한 말이야. 그런데 복숭아 아이는 그 경단을 혼자 먹지 않았어. 길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반으로 뚝 떼어 나누어 주었단다. 복숭아 아이가 먼 섬까지 다녀올 수 있었던 건 그래서였어.

경단 한 알은 나누면 반쪽이 되지만, 곁에서 함께 걸어 주는 친구는 하나씩 늘어났지. 우리 아가 손에도 언젠가 수수경단 반쪽 같은 것이 쥐어질 거야. 그때 네 손에 든 것을 먼저 내밀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무서운 것 앞에서도 그 아이처럼,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할 수 있기를. 소리를 지른 건 아무도 없었는데, 그 밤 도깨비 섬에서는 빼앗긴 것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단다.

잘 자렴, 우리 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