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멘 음악대
옛날 옛적, 어느 농장에 늙은 당나귀 한 마리가 살았답니다. 젊을 적엔 무거운 짐을 잘도 날랐지만, 이제는 기운이 예전 같지 않았어요. 당나귀는 새로운 길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지요.
“그래, 브레멘으로 가서 음악대가 되어야겠다.” 당나귀가 말했답니다. 노래라면 자신 있었거든요. 당나귀는 터벅터벅, 씩씩하게 길을 나섰어요.
얼마 가지 않아, 길가에 늘어진 개 한 마리를 만났답니다. 개도 나이가 들어 기운이 없어 보였어요. “나와 함께 브레멘으로 가자. 음악대를 만들어 보자꾸나.” 당나귀가 다정히 권했지요.
개는 반가워하며 따라나섰답니다. 둘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길을 걸었어요. 조금 더 가니, 시무룩하게 앉아 있는 고양이가 보였지요.
“고양이님도 우리와 함께 가요. 목소리가 고우니, 음악대에 꼭 필요하답니다.” 당나귀가 말했답니다. 고양이도 기꺼이 합류했어요. 이제 셋이 나란히 걸었지요.
마지막으로, 담장 위에서 우는 수탉을 만났답니다. 수탉도 갈 곳이 마땅치 않던 참이었어요. “그 우렁찬 목소리라면 으뜸가는 가수가 되겠는걸!” 넷은 함께 길을 떠났지요.
날이 저물어, 숲속에서 밤을 맞았답니다. 멀리 불빛 새는 집 한 채가 보였어요. 다가가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미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요.
그들은 남의 것을 함부로 가져다, 떡 벌어진 상을 차려 놓고 있었답니다. 배가 고팠던 네 친구는, 머리를 맞대고 꾀를 냈어요. “우리 다 함께 한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볼까?”
당나귀 등에 개가 올라타고, 개 위에 고양이가, 고양이 위에 수탉이 올라섰답니다. 그러고는 신호에 맞춰, 다 함께 목청껏 소리를 냈어요. 히힝, 멍멍, 야옹, 꼬끼오!
한꺼번에 터져 나온 우렁찬 소리에, 집 안 사람들은 깜짝 놀랐답니다. 무언가 큰 것이 들이닥친 줄 알고, 혼비백산 달아나 버렸어요.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지요.
네 친구는 따뜻한 집을 차지하게 되었답니다. 차려진 음식을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포근한 자리에 도란도란 둘러앉았어요. 오랜만에 배도 마음도 든든했지요.
집이 어찌나 아늑했던지, 넷은 브레멘까지 갈 것도 없이 그곳에 머물기로 했답니다. 늙고 기운 없다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함께라면 못 할 게 없었어요. 네 친구는 오래오래, 노래하며 행복하게 살았지요.
늙은 당나귀도, 기운 없는 개도, 혼자였다면 외로웠을 거야. 그런데 넷이 마음을 모으자, 어두운 숲속에서도 따뜻한 집을 얻을 수 있었단다. 함께라서 가능했던 일이지.
우리 아가도 살다 보면, 혼자서는 버거운 일을 만날 때가 있을 거야. 그럴 때 곁의 친구들과 마음을 모을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서로의 부족한 데를 기대어 채워 주면, 작은 힘들이 모여 큰 힘이 된단다.
그리고 누가 "넌 이제 쓸모없다"고 말해도, 기죽지 않았으면 해. 당나귀처럼 새 길을 씩씩하게 찾아 나서는,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되기를 아빠는 바란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