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제일 좋아
시골 쥐가 아침부터 부지런히, 굴속에 마른 풀을 새로 깔았습니다. 오늘은 도시에 사는 친구가 놀러 오는 날이거든요. 보리 이삭도 제일 통통한 것으로 골라, 문 앞 반반한 돌 위에 얹어 두었지요.
해 질 무렵, 밭두렁 너머로 도시 쥐가 걸어왔어요. 매끈한 털이 노을빛에 곱게 윤이 났대요. “먼 길 오느라 애썼지? 어서 들어와, 친구야.” 시골 쥐는 문 앞까지 달려 나가 손을 잡았답니다.
저녁상에는 보리밥 한 술과 콩 두 알, 가을에 모아 둔 나무 열매가 올랐습니다. “차린 건 조촐해도 올해 보리가 참 달아. 많이 먹어.” 시골 쥐의 말씨는 보리밥처럼 구수하고 느렸어요.
도시 쥐는 수염을 매만지며 보리밥을 한 입 맛보았지요. 구수하긴 한데, 어쩐지 심심했나 봐요. “잘 먹었어. 그런데 우리 도시 집 저녁은 이보다 백 배는 근사하다니까.”
“백 배나?” 시골 쥐는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치즈에 케이크에, 이름도 다 못 욀걸? 다음엔 네가 우리 집에 와 봐.” 그날 밤 두 친구는 나란히 누워, 밤이 깊도록 도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잠들었답니다.
며칠 뒤, 시골 쥐는 정말로 도시 구경을 나섰어요. 보따리에는 친구에게 줄 볶은 콩을 담았지요. 저 멀리 높다란 지붕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걸음이 자꾸 빨라졌습니다.
도시 쥐의 집은 아주 커다란 부엌 한구석에 있었답니다. 식탁 위에는 노란 치즈와 하얀 케이크, 굵은 포도송이가 그득 쌓여 있었대요. “우아… 이걸 다 먹어도 되는 거야?” “그럼! 여기선 저녁마다 잔치라니까.”
두 친구는 식탁 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갔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치즈는 보름달만 하고, 케이크는 새로 온 눈처럼 하얬어요. 시골 쥐는 어디서부터 먹을지 몰라 그 둘레를 한 바퀴 돌기만 했지요.
그런데 첫입을 베어 물기도 전에, 쿵, 쿵, 문밖에서 발소리가 울렸어요. “숨어!” 도시 쥐가 시골 쥐의 손을 끌어, 둘은 커다란 접시 뒤로 몸을 숨겼습니다. 시골 쥐의 가슴이 조마조마했지요.
발소리가 멀어지자 둘은 다시 고개를 내밀었답니다. “이제 괜찮아. 어서 먹자.” 그런데 치즈에 코를 겨우 대자마자, 또 쿵, 하고 커다란 발소리가 났어요. 둘은 또다시 접시 뒤로 달음질쳤지요.
세 번째로 나왔을 때는, 저 끝의 케이크까지 식탁을 가로질러 가야 했습니다. 시골 쥐는 숨을 죽인 채 살금살금, 컵과 컵 사이를 지났지요. 포도알 하나 굴릴까 봐, 발소리 하나 낼까 봐, 마음이 내내 조마조마했어요.
한참 만에 케이크 앞에 닿았을 때, 시골 쥐는 들고 있던 앞발을 가만히 내려놓았어요. “친구야, 나는 가슴이 자꾸 뛰어서 맛을 절반도 모르겠어. 아무래도 우리 집이 제일 좋은가 봐.” 아주 작고 솔직한 목소리.
도시 쥐는 잠깐 말이 없었답니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지요. “그래, 밥은 마음 편한 자리에서 먹어야 제맛이지.” 조금도 놀리지 않는, 다정한 눈빛이었어요.
이튿날 아침, 시골 쥐는 볶은 콩 보따리를 친구의 찬장 앞에 놓아두었어요. 도시 쥐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함께 문을 나서 골목까지 배웅에 나섰습니다.
골목을 나란히 걷는 동안, 두 친구는 별말을 하지 않았답니다. 그래도 이상하지, 마음속은 어제 그 식탁보다 넉넉했지요. 헤어질 모퉁이에 이르러, 둘은 마주 보고 섰어요.
도시 쥐가 먼저 다가와, 작은 앞발을 마주 내밀었습니다. “잘 가, 친구야. 네 시골집 보리밥에선 햇볕 냄새가 나더라.” “고마워, 네 도시 집은 참 눈부시더라. 그 잔치 이야기, 다음엔 우리 굴에서 들려줘.”
그 높다란 식탁 위, 케이크 앞까지 다 가 놓고도 앞발을 가만히 내려놓던 시골 쥐의 모습이 오래 남는구나. 제일 맛있는 밥은 제일 값진 밥이 아니라, 마음이 놓이는 자리에서 먹는 밥이었던 거야. 그리고 두 친구는 헤어지는 골목에서도 서로의 집을 흉보지 않고, 좋았던 것을 하나씩 말해 주었지.
아빠도 오늘 하루, 바깥에서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지내다가, 저녁에 우리 집 문을 여는 순간에야 숨이 길게 놓였단다. 우리 아가가 지금 웅크려 잠든 그 자리도, 아빠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밥상 같아.
우리 아가도 언젠가 넓은 세상의 굉장한 식탁들을 만나게 되겠지. 실컷 맛보고 구경하다가도, 돌아와 마음 놓고 웃을 자리가 늘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 아빠는 우리 아가에게 그 보리밥 냄새 나는 집이 되어 주고 싶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