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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옛이야기 · 한국 전래동화 '도깨비 방망이'

도깨비 방망이

한국 전래동화 · 아빠 태담 잠자리 이야기 · 약 4분

개암 한 알. 어른 엄지손톱만 한, 동그랗고 야무진 나무 열매예요. 오늘 밤 이야기는 이 작은 알에서 시작된답니다.

어느 산골 마을에 부지런한 총각이 살았어요. 늙으신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날마다 산에 올라 나무를 했지요. 지게가 무거워도 총각의 걸음에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날도 산길을 오르던 총각은 개암나무 아래에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잘 여문 개암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게 아니겠어요? “야, 이게 웬 개암이람! 오늘은 산이 나한테 선물을 주네.” 총각은 얼른 허리를 굽혔지요.

첫 알을 주워서는 품속 깊이 넣었어요. “요건 아버지 몫.” 둘째 알도 소중히 주웠지요. “요건 어머니 몫.”

셋째 알을 주울 때에야 총각은 환하게 웃었답니다. “제일 야무진 요놈이 내 몫이지.” 주머니가 묵직하니 마음까지 든든했지요.

그런데 나무를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지 뭐예요. 산길은 멀고, 빗방울까지 하나둘 듣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고갯마루에 낡은 빈집 한 채가 보였지요.

총각은 빈집 다락에 올라가 몸을 뉘었습니다. 밤은 깊고, 빗소리는 낮고 고르게 내리고. 막 잠이 들려는데, 마루 쪽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올라오는 거예요.

도깨비들이었습니다. 머리에 뿔이 났어도 얼굴은 영락없는 개구쟁이, 떠들썩한 밤손님들이었지요. 저마다 어깨에 방망이를 하나씩 메고 있었더랍니다.

제일 큰 도깨비가 방망이를 높이 들었어요.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그러자 마루 위에 금덩이며 은덩이며, 김이 오르는 메밀묵 접시까지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메밀묵은 언제 먹어도 최고란 말이야.” “암, 밤새 먹어도 안 질리지.” 도깨비들은 묵을 나누어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그 구경에 정신이 팔렸던 총각도 그만 배가 고파졌지 뭐예요. 가만히 주머니를 더듬으니 손끝에 개암 세 알이 잡혔습니다. “아버지 몫, 어머니 몫은 그대로 두고… 내 몫부터 먹어야지.”

총각이 제 몫의 개암을 어금니에 물고 힘을 주었어요. 딱! 캄캄한 빈집에 그 소리가 얼마나 크게 울렸는지요.

도깨비들은 그 소리에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습니다. “집이 무너지려나 봐!” “어이쿠, 방망이고 뭐고 나 먼저 갈래!” 앞다투어 달아나는 통에, 방망이 하나가 마루 위에 그대로 남았지요.

빈집이 조용해진 뒤에도, 총각은 날이 밝도록 도깨비들을 기다렸답니다. 하지만 아무도 방망이를 찾으러 오지 않았어요. “그럼 내가 고맙게 쓸게. 아버지 어머니께 좋은 것 마련해 드리고, 남으면 이웃하고도 나눌게!” 총각은 방망이를 지게에 얹고 산을 내려왔지요.

집으로 돌아온 총각은 방망이를 두드려 하얀 쌀밥과 따뜻한 솜이불을 마련했습니다. 어머니가 눈을 크게 뜨고 물으셨지요. “얘야, 이게 다 어디서 난 거니? 꿈을 꾸는 것만 같구나.” 총각은 개암 세 알 이야기부터 하나도 보태지 않고 말씀드렸답니다.

저녁이 되자 총각네 마루에 이웃들이 둘러앉아 흰밥을 나누어 먹었어요. 상을 물린 뒤, 세 식구는 남겨 둔 개암을 한 알씩 깨물어 보았지요. 딱! 그 소리에 온 집 안이 웃음으로 따뜻해졌답니다.

아빠 한마디 ✶

아빠는 오늘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총각이 개암을 줍던 손을 오래 생각했어. 제일 좋은 첫 알을 아버지 몫으로, 둘째 알을 어머니 몫으로 먼저 품에 넣는 손 말이야. 도깨비 방망이가 만든 금은보다, 아빠 눈에는 그 손이 더 빛나 보였단다.

개암은 아가 주먹보다도 훨씬 작은 열매야. 그런데 그 작은 알이 딱! 하고 울리자, 요란하던 도깨비들도 놀라 달아났잖아. 아빠는 우리 아가의 바른 말 한마디도 그럴 거라고 믿어. 작아 보여도, 캄캄한 방을 바꿔 놓는 소리라고 말이야.

언젠가 우리 아가 손에 좋은 것이 생기거든, 총각처럼 누구 몫부터 헤아리고 이웃과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아빠도 약속할게. 제일 좋은 첫 알은, 늘 우리 아가 몫으로 남겨 둘 거야.

잘 자렴, 우리 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