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의 개
다리 아래, 흐르는 물속에도 개가 한 마리 살고 있을까요? 잔잔한 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꼭 닮은 얼굴 하나가 마주 올려다본답니다. 오늘은 그 물속 개를 만난 누렁이 이야기예요.
개울 건너 마을에 귀가 늘어진 누렁이 한 마리가 살았습니다. 아침부터 푸줏간 마당을 지키고, 수레에서 떨어진 꾸러미도 부지런히 물어다 주었지요. 마을에서 소문난 부지런쟁이였대요.
해 질 무렵, 푸줏간 아저씨가 큼직한 고기 한 덩이를 내밀었어요. “옜다, 오늘 애 많이 썼다. 가져가서 천천히 먹으렴.” 굵고 다정한 목소리였지요.
누렁이는 고기를 입에 문 채 신이 나서 걸었답니다. 골목 어귀에서 참새 한 마리가 내려와 물었어요. “우아, 그 좋은 건 어디서 났니?” 누렁이는 입을 벌리면 고기가 떨어질까 봐, 대답 대신 꼬리만 크게 흔들어 보였지요.
집으로 가는 길에는 좁다란 나무다리가 놓여 있었습니다. 다리 아래로는 맑은 개울이 흘렀지요. 바람도 잦아든 저녁이라, 물이 꼭 거울 같았더랍니다.
다리 한가운데서 누렁이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답니다. 물 냄새가 코끝에 닿아 킁킁, 아래를 내려다보았지요. 물속에서 웬 개 한 마리가 이쪽을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지요. 물속 개도 입에 고기를 물고 있는데, 그 고기가 어쩐지 더 커 보였습니다. 보면 볼수록 점점 더 커 보였어요.
누렁이는 그 자리에 멈춘 채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내 것도 좋은 고기인데… 저 애 것이 조금 더 크지 않나?” 마음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자꾸 말을 걸었지요.
“아무래도 저쪽이 더 큰 것 같아!” 마음이 기우는 쪽으로, 누렁이는 그만 입을 크게 벌리고 말았답니다. 그 순간, 물고 있던 고기가 첨벙, 개울로 떨어졌지요.
고기는 물살을 타고 천천히, 천천히 떠내려가고 있었지요. 누렁이는 다리 난간에 턱을 얹고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아… 내 고기.”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어요.
이윽고 개울은 다시 잔잔해졌답니다. 들여다보니 물속 개는 아직 거기 있었어요. 그런데 그 애 입도 이제 텅 비어 있지 뭐예요.
그때 물풀 사이로 하얀 오리 한 마리가 미끄러지듯 다가왔습니다. “얘야, 다리 위에서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니?” “고기를 물에 빠뜨렸어요. 물속 개 것이 더 커 보여서… 그만요.”
오리는 물결처럼 느리게 말했지요. “잘 보렴. 물속 개는 네가 고개를 기울이면 똑같이 기울인단다.” 누렁이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여 보았어요. 물속 개도 똑같이 고개를 기울이더랍니다.
“그럼… 저건 나였구나. 내 고기는 처음부터 넉넉했는데.” 누렁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코를 들고 킁킁, 저녁 공기를 맡았습니다. 개울 너머 집 쪽에서 익숙한 냄새가 건너왔지요. 돌아가는 발걸음은 아까보다 한결 가벼웠대요.
사립문 앞에서 할머니가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아이고, 우리 누렁이. 어디 갔다 인제 오니, 네 저녁 남겨 두었는데.” 할머니의 손이 누렁이의 등을 오래 쓰다듬어 주었어요.
저녁을 배불리 먹은 누렁이는 아궁이 곁 제 자리에 몸을 동그랗게 말았습니다. 하루 종일 걸은 네 다리가 노곤하게 풀렸지요. 담 너머로 개울 물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어요. 고기 한 덩이는 물에 두고 왔지만, 돌아와 누울 자리는 처음부터 넉넉했답니다.
다리 위의 그 짧은 순간을, 아빠는 몇 번이고 천천히 되짚어 보았어. 입에는 하루를 부지런히 살아 얻은 고기가 있고, 발밑에는 집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눈은 자꾸 물속만 내려다보던 순간 말이야. 마음이 기운 건 딱 한 뼘이었는데, 고기는 그 한 뼘 사이로 첨벙 떨어지고 말았지.
입에 물었던 고기 말이야, 그건 처음부터 누렁이에게 꼭 알맞은, 넉넉한 몫이었단다. 아빠는 우리 아가가 제 입에 문 것의 고마움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물에 비친 것이 더 커 보이는 저녁에도, 이미 곁에 있는 따뜻한 것들을 먼저 헤아려 보는 사람 말이야.
그리고 혹시 아끼던 것을 물에 빠뜨리는 날이 오더라도 괜찮아. 누렁이에게 돌아갈 집이 있었던 것처럼, 아빠도 우리 아가가 돌아와 누울 자리를 언제나 넉넉하게 데워 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