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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옛이야기 · 한국 전래동화 '우렁각시'

우렁각시

한국 전래동화 · 아빠 태담 잠자리 이야기 · 약 4분

옛날 옛적, 산 밑 작은 마을에 총각 하나가 살았어요. 넓지 않은 밭 한 뙈기와, 낡은 초가집 한 채. 그래도 해 뜨기 전부터 밭에 나가는 부지런한 사람이었답니다.

어느 봄날, 총각은 혼자 논을 갈고 있었지요. 소도 없고 말동무도 없이, 흙만 가만가만 뒤집었어요. 문득 허리를 펴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이 농사 지어서 누구랑 먹나.”

그런데 어디선가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답니다. “나랑 먹지.” 총각은 깜짝 놀라 사방을 둘러보았어요. 논에는 개구리 울음소리뿐, 사람이라곤 없고요.

누가 대답한 걸까요? “거기 누구요?” 총각이 목청껏 다시 물었지요. “나랑 먹지.”

그날 저녁, 총각은 논둑 물웅덩이에서 우렁이 하나를 주웠습니다. 주먹만 하고 반들반들 윤이 나는 우렁이. “아까 그 목소리가 너였니?” 총각은 우렁이를 품에 안고 와, 부엌 물독에 살그머니 넣어 두었지요.

따끈한 밥 한 그릇,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된장국 한 그릇. 이튿날 일을 마치고 돌아온 총각을 기다린 건 그것이었어요. 아무도 없는 집에, 밥상만 다소곳이 놓여 있었지요.

“아니, 이게 웬 밥상이야.” 총각은 눈이 휘둥그레졌대요. 이웃집을 하나하나 두드려 물었지요. “우리 집 부엌에 다녀가신 분, 혹시 계십니까?”

“우리 솥도 겨우 앉히는걸, 남의 집까지 어찌 짓겠나.” 옆집 할아버지가 느릿느릿 고개를 저었어요. 그래도 밥상은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차려져 있었답니다. 어떤 날은 냉이 무침, 어떤 날은 달래장.

그런데 참 이상하지 뭐예요. 숟가락은 늘 총각이 앉는 쪽으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어요. “물그릇도 꼭 내 오른손 자리에 있네.” 누군가 총각을 오래오래 지켜본 사람처럼요.

“대체 누가 차려 놓는 걸까.” 총각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답니다. 하루는 밭에 가는 척하고 집 뒤로 돌아왔지요. 문틈에 눈을 대고, 숨을 콕 죽인 채로.

물독 뚜껑이 스르르 열리더랍니다. 그 안에서 고운 각시 하나가 사뿐 나왔어요. 소매를 걷더니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쌀을 안치는 게 아니겠어요.

총각은 저도 모르게 문을 열었지요. 각시는 깜짝 놀라 물독 쪽으로 돌아섰고요. 부엌 안이 잠깐, 아주 조용했어요.

총각이 먼저 말을 건네는 거예요. “밥상, 늘 고마웠습니다.” “혼자 드시는 게 자꾸 마음에 걸려서요.” 각시는 고개를 숙인 채, 손끝만 만지작거렸어요.

“저는 그 논에서 왔어요.” 각시의 볼이 발그레해졌답니다. “그럼 가지 마세요, 우리 같이 먹고 같이 삽시다.” 총각은 두 손을 모아 청했지요.

그때부터 밭에는 그림자가 둘. 총각이 앞서 흙을 고르면, 각시가 뒤따라 씨를 놓았어요. “이만 들어가서 밥 먹어요.” 저녁이면 밥상 위 그릇도 둘이었지요.

마을 사람들은 그 집 굴뚝을 올려다보며 말했다지요. “저 집 연기는 어쩌면 저리 곱게 오래 오를까.” 둘은 아주 오래오래,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며 살았답니다.

아빠 한마디 ✶

우렁각시가 차린 건 그냥 밥이 아니었어. 숟가락을 총각이 앉는 쪽으로 돌려놓고, 물그릇을 오른손 닿는 자리에 놓아둔 마음이었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조용히 오간 그 마음이, 아빠는 제일 다정하더라.

우리 아가도 살면서 누군가의 밥상을 차리게 될 거야. 그때 "이 사람은 어느 쪽 손으로 숟가락을 들까" 하고 한 번 더 생각해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런 다정함은 소리가 나지 않아서, 받는 사람 마음에 오래오래 남는단다.

그리고 아빠는 우리 아가가 혼자 밥 먹지 않았으면 좋겠어. 우리 아가가 "누구랑 먹나" 하고 물으면, 어디선가 "나랑 먹지" 하고 대답해 줄 사람이 꼭 있을 거라고, 아빠는 믿어.

잘 자렴, 우리 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