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 건너
하늘 한가운데에는 별이 모여 이룬 강이 흐릅니다. 사람들은 그 강을 은하수라 불렀어요. 밤이 깊을수록 강물은 더 하얗게 반짝였지요.
강 이쪽 기슭에 소를 치는 총각이 살았답니다. 이름은 견우. 새벽이면 소를 몰고 나가, 이슬 맺힌 풀밭을 천천히 걸었어요.
강 저쪽 기슭에는 베를 짜는 처녀가 있었대요. 이름은 직녀라고 했지요. 직녀가 짜 놓은 천은 어찌나 고운지, 지나가던 구름도 걸음을 멈추었다는군요.
두 사람은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알아보았어요. 견우가 손을 흔들면 직녀도 손을 흔들었고요. 목소리는 닿지 않아도, 마음은 잘도 건너갔답니다.
다만 은하수는 너무나 넓은 강이었습니다. 배 한 척 없고, 놓인 다리도 없었거든요. 아무리 팔을 뻗어 봐도 손끝에는 밤바람만 스쳤어요.
그래도 일 년에 딱 하루, 두 사람이 만나는 날이 있었답니다. 칠월 초이렛날, 칠석. 그 하루를 위해 두 사람은 삼백예순 날을 기다렸지요.
기다리는 동안 견우는 할 말을 차곡차곡 모아 두었더랍니다. “오늘 네가 처음 일어섰지. 이건 꼭 이야기해 줘야겠다.” 송아지 등을 쓸어 주며, 견우는 손가락을 하나 꼽았어요. 풀밭에 무지개가 걸리던 날에도 또 하나.
직녀도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지는 않았지요. 날마다 실을 한 올씩 더 짜 넣으며, 베틀에게 일러 주듯 소리 내어 세었어요. “오늘로 백 올, 내일이면 백한 올. 이렇게 세다 보면 금방이야.”
봄이 지나고, 여름. 더운 바람이 불어오면 견우는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답니다. “바람 냄새가 달라졌구나. 이제 얼마 안 남았다.” 꼽아 둔 손가락은 벌써 두 손을 다 채웠지요.
칠석 전날 밤, 땅 위의 새들이 먼저 술렁이기 시작했어요. “올해도 갈 때가 됐구먼. 다들 날개 단단히 여미고 오시게.” 골짜기에서도 오고, 지붕 밑에서도 오고, 아주 먼 섬에서도 왔지요. 까치와 까마귀가 그렇게나 많은 줄,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이튿날 저녁, 새들이 한꺼번에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강 한가운데 모여 날개와 날개를 맞대었지요. 날개 위에 날개, 그 위에 또 날개. 사람들은 그렇게 놓인 다리를 오작교라 불렀답니다.
두 사람은 어디쯤에서 만났을까요. 다리 한가운데였어요. “잘 있었어요?” 견우가 내민 손을, 직녀가 두 손으로 감싸 쥐었습니다.
“저야 잘 있었지요. 그쪽 송아지는 많이 컸어요?” “글쎄, 이번 봄에 혼자 일어섰지 뭐예요.” 베틀 이야기, 눈이 참 많이 내리던 겨울 이야기, 밤새 오간 건 그런 작은 것들이었어요. 별빛 아래에서 둘은 도란도란 웃었답니다.
이윽고 동쪽 하늘이 희부옇게 밝아 왔지요. 두 사람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손을 놓았어요. “다음 칠석까지, 오늘 이야기를 아껴 두고 있을게요.” “저도 한 올씩 세면서 기다릴게요.”
그날 밤, 땅 위에는 보슬비가 내렸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일러 주었어요. “저 비는 슬퍼서 내리는 비가 아니란다. 반가워서 흘리는 눈물이지.”
지금도 칠석 무렵이면 은하수 양쪽에서 별 두 개가 유난히 밝게 빛난대요. 하나는 소를 치던 총각, 하나는 베를 짜던 처녀. 둘은 오늘도 서로를 바라보며 다음 칠석을 기다리는 중이고요. 그 기다림은 하나도 외롭지 않답니다.
견우와 직녀가 일 년을 견딜 수 있었던 건, 만나는 하루가 길어서가 아니었어. 기다리는 삼백예순 날 동안에도 서로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직녀가 하루에 한 올씩 짜 넣던 그 실처럼 말이야.
우리 아가도 살다 보면 무언가를 오래 기다리는 날이 올 거야. 그럴 때 그 시간을 텅 빈 시간으로 두지 말고, 실 한 올처럼 다정하게 채워 갔으면 좋겠어. 아빠는 그렇게 채운 기다림은 하나도 헛되지 않는다고 믿어.
그리고 언젠가 우리 아가가 누군가를 많이 기다리게 되거든, 오늘 이 이야기를 떠올려 주렴. 세상에는 다리가 되어 주려고 날아오르는 새들이 있단다. 아빠도 언제나 그 새들 중 하나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