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혹부리 영감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노래를 좋아하는 할아버지가 살았답니다. 한쪽 볼에는 동그란 혹이 하나 달려 있었어요. 사람들은 그를 혹부리 영감이라 불렀지요.
할아버지는 마음씨가 곱고, 노래 솜씨도 아주 좋았습니다. 산에 나무를 하러 가서도 흥얼흥얼 고운 가락을 흘렸어요. 새들도 멈춰 서서 그 노래를 들었지요.
어느 날은 나무를 하다 그만 날이 저물었어요. 할아버지는 빈 오두막을 찾아 하룻밤 묵기로 했지요. 깊은 산속, 밤은 점점 고요해졌습니다.
심심해진 할아버지는 나직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지요. 따뜻하고 정겨운 가락이 오두막에 도란도란 퍼졌답니다. 산속까지 잔잔히 울려 퍼지는, 어찌나 고운 가락.
그때 어디선가 도깨비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답니다. 무섭기는커녕 장난스럽고, 노래라면 사족을 못 쓰는 친구들이었어요. 할아버지의 노래에 푹 빠져 귀를 쫑긋 세웠지요.
“할아버지, 그 고운 노래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예요?” 도깨비들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잠시 망설이다, 농담처럼 볼의 혹을 가리켰어요. “글쎄다, 아마 이 혹에서 나오나 보다.”
“그 혹을 우리에게 주세요! 대신 보물을 드릴게요.” 도깨비들은 반짝이는 금은보화를 잔뜩 내놓았지요. 눈이 휘둥그레진 건 이번엔 할아버지 쪽이었답니다.
이윽고 도깨비들은 할아버지의 혹을 살며시 떼어 갔습니다. 신기하게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요. 보물도 얻고 혹도 떼고, 할아버지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지요.
이 소문은 금세 옆 마을까지 퍼졌어요. 거기에도 혹이 달린, 욕심 많은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거든요. 보물 이야기에 그만 눈이 번쩍 뜨였답니다.
욕심쟁이 할아버지는 일부러 그 오두막을 찾아갔지요. 도깨비들이 모여들자, 부랴부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가락은 영 거칠고, 마음이 도무지 담기지 않는 거예요.
“당신 노래는 어쩐지 따뜻하지가 않군요.” 도깨비들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래도 욕심쟁이 할아버지는 제 혹을 가리키며 우겼어요. “이 혹에서 나오는 거요. 어서 보물을 주시오!”
“지난번 혹은 노래가 안 나오던걸요. 이 혹도 가져가시구려!” 도깨비들은 잠시 의논하더니 빙긋 웃었지요. 그러고는 전에 받아 둔 혹까지 그의 볼에 척 붙여 주었답니다.
욕심쟁이 할아버지는 그만 혹이 둘이 되고 말았답니다. 거울을 보고는 스스로도 부끄러워졌어요. “허,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보물에만 눈이 멀었던 자기 마음이 민망했지요.
그는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기로 했대요. 시간이 지나며 마음도 차차 편안해졌지요. 두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마을에 도란도란 전해졌습니다.
혹부리 할아버지의 노래가 그토록 고왔던 건, 솜씨 때문만이 아니었어. 노래 한 가락마다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란다. 도깨비들은 바로 그 진심을 알아본 거야.
욕심쟁이 할아버지는 같은 혹, 같은 노래를 흉내 냈지만 마음이 담기지 않았지. 우리 아가도 무언가를 할 때, 보물을 바라는 욕심보다 따뜻한 마음을 먼저 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진심은 신기하게도, 듣는 이의 마음에 꼭 가닿는단다.
아빠는 우리 아가의 목소리에, 늘 그런 따뜻함이 담겨 있기를 바라. 욕심내지 않아도 절로 빛나는 그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노래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