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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옛이야기 · 일본 전래동화 '쥐의 시집보내기(네즈미노 요메이리)'

쥐 아가씨의 신랑

동양 전래동화 · 아빠 태담 잠자리 이야기 · 약 4분

아주 먼 옛날, 곳간 밑에 쥐 부부가 살았습니다. 부부에게는 눈이 초롱초롱한 딸이 하나 있었지요. 온 세상에 그만한 아이가 없다고 부부는 생각했어요.

딸이 자라 시집갈 나이가 되자, 아버지 쥐가 팔짱을 끼고 말했답니다. “우리 딸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신랑을 찾아 주어야지.” 어머니 쥐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런 이가 누구일까요?” 어머니 쥐가 물었어요. 아버지 쥐는 창밖 하늘을 가리켰지요.

“저 해님이지.” 부부는 딸을 데리고 해님을 찾아갔습니다. 곳간을 나서는 아침 길이 어찌나 눈부시던지요.

해님은 따뜻하게 맞아 주었어요. 이야기를 다 듣고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지요. “구름이 나를 가리면 나는 아무것도 못 한단다.”

부부는 그길로 구름을 찾아갔답니다. 구름은 잠깐 생각하더니 조용히 말했어요. “바람이 불면 나는 저 멀리 밀려간단다.” 딸은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았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바람을 찾아갔지요. 바람은 휘잉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나를 막아서는 건 저 담벼락이란다.”

부부는 오래된 흙 담벼락 앞에 섰어요. 볕에 바랜 흙벽이 아주 든든해 보였답니다. “담벼락님이 제일 훌륭하신가요?” 담벼락이 껄껄 웃었지요.

“발밑을 보렴.” 정말로 담벼락 아래에는 작은 구멍이 송송 뚫려 있었어요. 바람이 그 구멍으로 드나들고 있었지요.

“이 구멍은 누가 냈나요?” 어머니 쥐가 물었습니다. “쥐란다. 나를 이기는 건 쥐뿐이야.”

아버지 쥐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답니다. 해님도, 구름도, 바람도, 담벼락도 아니라니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이가 바로 쥐라니요.

그때 딸이 아버지의 소매를 살며시 잡아당겼어요. “저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는걸요.” 딸의 볼이 발그레했지요.

곳간 밑에는 부지런한 총각 쥐가 하나 살고 있었습니다. 날마다 딸에게 제일 굵은 낟알을 골라 주던 쥐였어요. 비 오는 날이면 지푸라기로 지붕을 손봐 주기도 했지요.

“왜 진작 말하지 않았니?” “아버지가 하늘까지 다녀오시고 싶어 하셨잖아요.” 딸의 대답에 부부는 그만 웃고 말았답니다.

그해 가을, 곳간 밑에서 조촐한 잔치가 열렸어요. 낟알이 소복이 쌓이고, 등불이 조롱조롱 켜졌지요. 이웃 쥐들이 밤늦도록 모여 앉았습니다.

아버지 쥐는 잔치 내내 같은 말을 되뇌었대요. “답은 처음부터 우리 집에 있었구나.” 그 밤 곳간 밑은 아주 오래도록 환했답니다.

아빠 한마디 ✶

쥐 부부는 딸을 아주 많이 사랑했어.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이를 찾겠다고 하늘 끝까지 다녀온 거지. 그 먼 길이 헛걸음이었느냐 하면,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해님도 구름도 바람도 담벼락도, 저마다 나보다 나은 이가 있다고 말했잖니. 정말 훌륭한 이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 제가 못 하는 것을 아는 사람이 남을 알아볼 줄도 아는 거란다.

우리 아가도 언젠가 먼 데를 오래 헤매는 날이 있을 거야. 그래도 괜찮아. 답이 집 안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 그 순간까지가 다 우리 아가의 길이니까. 아빠는 그 길 끝에서 늘 불을 켜 두고 기다릴게.

잘 자렴, 우리 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