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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옛이야기 · 프랑스 민담 '돌멩이 수프'

돌멩이 수프

서양 전래동화 · 아빠 태담 잠자리 이야기 · 약 4분

아주 먼 옛날, 먼 길을 걸어온 나그네가 작은 마을에 들어섰습니다. 해는 저물고,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지요.

나그네는 첫 번째 집 문을 두드렸어요. “죄송하지만, 먹을 것이 조금 있을까요?” “우리도 겨우 먹고산다오.”

두 번째 집도, 세 번째 집도 마찬가지였답니다. 그해 농사가 시원치 않아 다들 곳간이 비었던 거예요.

나그네는 마을 한가운데 우물가에 앉았지요. 그러다 발밑에서 매끈한 돌멩이 하나를 주웠어요. 나그네의 눈이 반짝 빛났습니다.

나그네는 큰 솥을 빌려 물을 붓고 불을 피웠어요. 그러고는 돌멩이를 퐁당 넣고 국자로 천천히 저었지요.

지나가던 아이가 걸음을 멈추었답니다. “아저씨, 뭐 하세요?” “돌멩이 수프를 끓인단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수프지.”

“돌멩이로 수프를요?” 아이는 눈이 동그래졌어요. 소문은 금세 온 마을에 퍼졌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솥 주위로 모여들었지요. 나그네는 국물을 한 숟갈 떠서 맛을 보았어요. “음, 좋아. 그런데 소금이 조금 있으면 훨씬 나을 텐데.”

“소금이라면 우리 집에 있어요.” 한 아주머니가 부리나케 달려갔다 왔답니다. 하얀 소금이 솥으로 사르르 들어갔지요.

나그네는 다시 한 숟갈 맛을 보았어요. “아주 좋군요. 여기에 양파 하나만 있으면 임금님 수프가 될 텐데.”

“양파는 내가 내지.” 옆집 할아버지가 소매를 걷으셨습니다. 양파가 들어가자 냄새가 마을 끝까지 퍼졌어요.

그다음에는 당근이 들어갔지요. 감자도, 콩도, 말린 고기 한 줌도 들어갔답니다. 다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놓았어요.

솥에서 김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대요. 아이들은 그릇을 들고 줄을 섰지요. 나그네가 국자로 한 그릇씩 떠 주었고요.

그날 저녁, 마을 사람들은 우물가에 둘러앉아 함께 수프를 먹었습니다. 오랜만에 웃음소리가 담을 넘었지요.

“이게 정말 돌멩이로 끓인 건가요?” 아이가 묻자 나그네가 빙긋 웃었어요. “돌멩이 하나로 시작하긴 했지.”

이튿날 아침, 나그네는 다시 길을 떠났답니다. 우물가에는 매끈한 돌멩이 하나가 그대로 놓여 있었지요. 그 뒤로 마을 사람들은 마음이 헛헛한 날이면 그 돌을 꺼내 솥에 넣었어요.

아빠 한마디 ✶

그 솥에 정말로 맛을 낸 건 돌멩이가 아니었어. 소금 한 줌, 양파 하나, 당근 몇 개. 저마다 "우리 집엔 이것뿐인데" 하며 내놓은 아주 작은 것들이었지.

마을 사람들이 인색했던 게 아니란다. 제 곳간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늘 모자라 보이거든. 나그네는 그걸 알고, 솥 하나를 마을 한가운데 걸어 준 것뿐이야.

우리 아가도 언젠가 가진 게 너무 적어 보이는 날을 만날 거야. 그럴 때 그 적은 걸 솥에 먼저 넣어 볼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아빠는 그렇게 모인 국이 세상에서 제일 따뜻하다는 걸 우리 아가한테 꼭 보여 주고 싶어.

잘 자렴, 우리 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