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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옛이야기 · 한국 전래동화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온달과 평강

한국 전래동화 · 아빠 태담 잠자리 이야기 · 약 4분

아주 먼 옛날, 고구려라는 나라에 평강이라는 공주가 살았습니다. 어릴 적 공주는 눈물이 참 많았지요.

공주가 울 때면 임금님은 이렇게 놀리셨어요. “자꾸 울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야겠구나.” 그 말만 들으면 공주는 울음을 뚝 그쳤답니다.

온달은 산 밑에 사는 마음씨 착한 총각이었지요. 눈이 어두운 어머니를 모시고, 산에서 나무를 해다 팔았어요. 옷이 헤졌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그를 바보라고 불렀습니다.

세월이 흘러 공주가 다 자랐답니다. 임금님이 좋은 혼처를 정해 주시자, 공주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어요.

“아버님께서 늘 온달에게 보내신다 하셨잖아요.” “그건 그냥 해 본 말이 아니냐.” 임금님은 껄껄 웃으셨지만, 공주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지요.

공주는 그날 밤 작은 보따리를 쌌습니다. 패물 몇 가지와 무명옷 한 벌이 전부였어요.

산 밑 오두막 앞에서 공주는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지요. 온달의 어머니가 손을 더듬어 문을 여셨답니다. “뉘시오? 우리 집엔 대접할 것이 없는데.”

“대접받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공주가 두 손을 모으고 말했어요. “함께 살러 왔습니다.”

온달은 나뭇짐을 진 채 마당에 우두커니 섰습니다. “나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소.” “저도 이제 없습니다.” 공주가 빙긋 웃었지요.

그날부터 두 사람은 나란히 살림을 꾸렸어요. 공주는 패물을 팔아 밭을 사고, 삐쩍 마른 말 한 마리를 데려왔답니다.

“이 말은 너무 여위었는걸.” “그러니 우리가 살찌우면 되지요.” 공주는 날마다 꼴을 베어 말에게 먹였어요.

온달은 글을 배우고 활을 배웠지요. 처음에는 화살이 자꾸 빗나갔습니다. 공주는 그때마다 옆에서 조용히 기다려 주었어요.

봄이 오고, 여름이 가고, 다시 봄이 왔답니다. 여위었던 말은 윤기가 흐르고, 온달의 어깨는 한 뼘쯤 넓어졌지요.

어느 해 삼월, 나라에서 큰 사냥 대회가 열렸대요. 온달은 그 말을 타고 나갔지요. 아무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고요.

그런데 산을 가장 먼저 넘은 것도, 가장 늦게까지 달린 것도 온달이었습니다. 임금님이 그를 불러 이름을 물으셨어요. “온달이라 하옵니다.”

임금님은 한참 동안 말이 없으셨지요. 그러고는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답니다. “내 딸이 사람을 볼 줄 알았구나.” 그날 산에는 봄바람이 아주 따뜻하게 불었어요.

아빠 한마디 ✶

공주가 온달을 고른 건 그가 이미 훌륭해서가 아니었어.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사람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먼저 알아본 거지. 사람을 볼 줄 안다는 건 그런 거란다.

아빠는 여윈 말을 데려오던 대목이 참 좋아. 이미 좋은 말을 사는 대신, 살찌울 수 있는 말을 데려왔잖니. 그 말에 윤기가 흐르기까지 공주는 한 번도 재촉하지 않았어. 기다려 주는 것도 사랑이더라.

우리 아가한테도 잘 안 되는 날이 올 거야. 화살이 자꾸 빗나가는 날 말이야. 그럴 때 아빠는 옆에서 조용히 기다려 주는 사람이고 싶어. 우리 아가의 어깨가 넓어질 때까지, 몇 번이고 그렇게.

잘 자렴, 우리 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