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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옛이야기 · 안데르센 동화 '미운 아기 오리'

미운 아기 오리

서양 전래동화 · 아빠 태담 잠자리 이야기 · 약 4분

볕이 좋은 여름날의 시골 농장 한쪽. 넓은 잎사귀 그늘 아래에서 엄마 오리가 알을 품고 있었답니다. 알들은 아직 조용히 잠들어 있었어요.

어느 아침, 알들이 톡톡톡 소리를 냈어요. 노란 아기 오리들이 하나씩 고개를 내밀었지요. 그런데 가장 큰 알 하나만 여태 조용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꾸나. 알마다 제 시간이 다른 법이란다.” 엄마 오리는 그 알을 다시 품에 안았답니다. 이윽고 그 알에서도 아기가 톡, 하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아기는 형제들과 어딘가 달랐어요. 몸은 더 크고, 목은 가늘고 길쭉했지요. 깃털은 저물녘 하늘처럼 잿빛이었고요.

“쟤는 왜 저렇게 크대?” “우리랑 영 다르게 생겼네. 저 잿빛 좀 봐.” 농장 식구들의 수군거림이 등 뒤를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아기 오리는 말뜻을 다 몰랐지만, 마음 한구석이 시렸답니다.

형제들이 물장구를 칠 때면 아기 오리는 늘 한 발짝 떨어져 서 있었대요. 같이 웃고 싶은데 발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거예요. 흔들리는 물결만 오래오래 바라보았답니다.

하루는 물에 비친 제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답니다. 형제들처럼 노랗지도, 동그랗지도 않았지요. “나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나만 자꾸 혼자야.” 아기 오리는 고개를 폭 숙였어요.

“어디에 있든, 너는 곱단다. 그것만은 잊지 말아라.” 엄마 오리가 아기의 이마를 오래오래 쓸어 주었어요. “엄마, 나… 조금만 걷다 올게요. 갈대밭까지만요.” 아기 오리는 그 말을 가슴에 품고 갈대밭 사이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넓은 들에는 바람이 저 혼자 지나다녔지요. 밤이면 별이 반짝반짝 돋아났어요. 아기 오리는 날개 속에 부리를 묻었답니다. 엄마 날개 밑, 그 따뜻하던 자리가 자꾸만 생각났거든요.

어느새 나뭇잎이 곱게 물드는 가을이 되었어요. 저녁 하늘 저 멀리로, 목이 길고 날개가 눈처럼 흰 새들이 줄지어 날아갔지요. “저렇게 고운 새들은 누구일까. 어쩌면 저렇게 흴까.” 아기 오리는 그 자리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겨울이 오자 호수에는 살얼음이 얼었지요. 아기 오리는 갈대 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긴 밤을 견뎠답니다. “봄아, 어서 와. 나 여기서 기다릴게.” 그렇게 조그맣게 불러 보면 밤이 조금 짧아지는 것 같더랍니다.

그러다 정말로 봄이 왔습니다. 얼음이 녹고, 물이 다시 반짝반짝 빛났어요. 아기 오리가 몸을 쭉 펴 보니, 날개가 어느새 크고 튼튼해져 있지 뭐예요.

호숫가에 하얀 새들이 사뿐사뿐 내려앉았답니다. 아기 오리는 조심조심 물가로 다가갔어요. 가까이 가면 또 미움을 받을까, 발끝이 자꾸 멈칫거렸지요.

그때 물결이 잔잔해지며 얼굴 하나가 비쳤습니다. 거기에는 잿빛 아기 오리가 없었어요. 길고 고운 목, 눈처럼 흰 날개. 아름다운 백조 한 마리가 자기를 마주 보고 있었답니다.

“그동안 어디에 있었니. 우리는 너를 오래 기다렸단다.” 하얀 새 하나가 목을 길게 숙여 인사했어요. “저를요? 저를 정말 기다렸다고요?” 어린 백조의 눈에 물빛이 어른어른 맺혔지요.

그날 저녁, 백조들은 나란히 물 위를 헤엄쳤답니다. 물결이 가만가만 감싸 주었어요. 잘못 태어난 게 아니라, 아직 다 자라지 않았을 뿐이었네요. 잿빛이던 그 긴 계절도 실은 하얀 날개가 자라던 시간이었지요.

아빠 한마디 ✶

아기 오리의 깃털은 저물녘 하늘처럼 잿빛이었지. 그건 아직 다 피지 않은 하얀 날개였단다. 물에 비친 제 모습을 알아보기까지, 그저 조금 더 걸렸을 뿐이야.

우리 아가도 자라면서, 나만 다르다고 느끼는 날이 올지도 몰라. 그럴 때 그 다름을 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빠는 우리 아가의 그 다른 점이 언젠가 가장 고운 날개가 될 거라고 믿는단다.

그러니 천천히 자라도 괜찮아. 잿빛이던 날에도, 하얗게 빛나는 날에도, 아빠는 똑같이 곁에 있을게. 물결이 잔잔해지면 알게 될 거야. 우리 아가는 내내 아름다웠다는 걸.

잘 자렴, 우리 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