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밥 데굴데굴
아주 먼 옛날, 어느 산 밑에 마음씨 착한 할아버지가 살았습니다. 날마다 산에 올라 나무를 하셨지요. 허리춤에는 늘 주먹밥 두 개가 매달려 있었어요.
그날도 할아버지는 나무를 한 짐 해 놓고 그루터기에 앉으셨어요. “이제 좀 먹어 볼까.” 보자기를 풀자 주먹밥이 동그마니 놓여 있었지요.
그런데 주먹밥 하나가 손에서 미끄러졌답니다. 데굴데굴, 데구르르. 풀밭을 굴러가더니 작은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어요.
“아이고, 내 밥.” 할아버지는 구멍에 귀를 대 보셨습니다. 그러자 아주 작은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니겠어요.
“주먹밥 데구르르, 고맙습니다. 주먹밥 데구르르, 고맙습니다.” 가늘고 보드라운 목소리가 여럿이었지요.
할아버지는 그만 웃음이 나셨어요. “그렇게 좋으냐? 그럼 하나 더 주마.” 남은 주먹밥마저 구멍에 데구르르 굴려 넣으셨답니다.
노랫소리가 두 배로 커졌지요. 구멍 속에서 조그만 쥐 한 마리가 얼굴을 쏙 내밀었어요. “할아버지, 잠깐 들어와 보실래요?”
“내가 어떻게 들어가겠니, 몸이 이렇게 큰데.” “눈을 감고 계시면 돼요.” 할아버지가 눈을 감으시자 몸이 스르르 가벼워졌습니다.
구멍 속에는 아늑한 방이 있었대요. 쥐들이 절구를 찧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요. 방 안은 갓 지은 떡 냄새로 가득했고요.
“할아버지 덕분에 오늘 잔치를 해요.” 쥐들이 떡을 소복이 담아 내왔답니다. 할아버지는 배가 부르도록 대접을 받으셨어요.
돌아가실 때가 되자 쥐들이 작은 상자 두 개를 내밀었지요.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이 있어요. 어느 쪽을 드릴까요?”
할아버지는 잠깐 생각하시다가 대답하셨습니다. “가벼운 걸 주려무나. 나는 나뭇짐도 져야 하거든.”
산을 내려와 상자를 열어 보니 안에는 반짝이는 것들이 가득했어요. 할머니가 두 손으로 입을 가리셨답니다. “이게 다 어디서 났어요?”
할아버지는 그날 있었던 일을 도란도란 들려주셨지요. 이야기 끝에 이렇게 덧붙이셨어요. “밥 두 덩이가 이렇게 돌아올 줄 누가 알았겠소.”
그해 겨울, 두 분은 마을 사람들과 떡을 나누어 드셨습니다. 굴뚝에 연기가 오르지 않는 집에는 쌀을 한 됫박씩 보내 주셨지요.
그 뒤로도 할아버지는 산에 오르실 때면 주먹밥을 꼭 두 개 싸 가셨대요. 하나는 잡숫고, 하나는 구멍 앞에 살며시 놓아두셨지요. “잘들 지내느냐.” 구멍 속에서는 늘 고운 노래가 흘러나왔답니다.
할아버지가 구멍에 넣으신 건 주먹밥 두 덩이가 전부였어. 그것도 남는 밥이 아니라 그날 잡수실 점심이었지. 넉넉해서 나눈 게 아니라, 나누고 나니 넉넉해진 거란다.
아빠는 상자를 고르시던 대목을 오래 생각했어.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 중에 가벼운 쪽을 달라고 하셨잖니. 더 많이 가지려고 애쓰지 않는 손에는 이상하게도 좋은 것이 남더라.
우리 아가도 나중에 손에 무언가를 쥐게 되거든, 그중 하나쯤은 구멍 앞에 살며시 놓아두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아빠는 그렇게 놓아둔 것들이 언젠가 고운 노랫소리가 되어 돌아온다고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