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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옛이야기 · 한국 전래동화 '젊어지는 샘물'

젊어지는 샘물

한국 전래동화 · 아빠 태담 잠자리 이야기 · 약 4분

옛날 옛적, 깊은 산속 바위틈에 아주 맑은 샘이 하나 숨어 있었습니다. 그 샘이 어디 있는지 아는 건 파랑새 한 마리뿐이었지요. 산 아래 마을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는데, 무엇이든 이웃에게 먼저 나누어 주는 분들이었대요.

어느 봄날, 할아버지는 지게를 지고 산에 올랐지요. 나뭇짐을 내려놓고 바위에 걸터앉아 이마의 땀을 닦았답니다. 그때 어디선가 흘러온 고운 새소리 한 자락.

“허어, 무슨 새소리가 이리 고울까.” 고개를 드니 파랗고 아주 작은 새가 가지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새는 할아버지를 빤히 보더니 포르르 날아올랐어요.

새는 포르르 날았다가 멈추고, 또 포르르 날았다가 멈추었어요. 꼭 따라오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았지요. “그래, 어디 가 보자꾸나.” 할아버지는 나뭇짐을 두고 숲으로 들어갔답니다.

바위틈에서 샘 하나가 조용히 솟고 있었답니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반짝반짝 내려앉았고요. 물이 어찌나 맑던지, 바닥의 조약돌까지 훤히 들여다보였지 뭐예요.

“아이고, 시원해라.” 할아버지는 두 손으로 물을 떠서 한 모금 마셨어요. 달큰한 물맛이 온몸으로 쪼르르 퍼졌습니다.

온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지는 느낌. 눈앞이 환해지고, 손등의 주름이 스르르 펴졌네요. “어라, 이게 웬일이야.” 할아버지는 제 손을 몇 번이나 뒤집어 보았어요.

샘물 위에 낯선 젊은이가 하나 비쳤지 뭐예요. 눈이 마주치자 그 젊은이도 눈을 동그랗게 떴답니다. “아니, 저건 젊었을 적 내 얼굴이잖나.” 놀랍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할아버지는 산이 울리도록 웃었지요.

“뉘신지요?” 문 앞에 선 할머니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나요, 나. 임자 남편이오.” 그 다정한 목소리에 할머니는 그제야 두 손을 맞잡았어요.

이튿날에는 할머니가 산에 올랐습니다. 파랑새는 이번에도 앞장서 주었고, 할머니 역시 딱 한 모금만 마시고 손을 털더군요. “여보, 나도 좀 봐 주세요.” “곱소. 처음 만난 날처럼 곱소.”

“그 샘이 대체 어디쯤이라고?” 이웃집 영감님이 담 너머로 자꾸 캐물었어요. 남보다 많이 가져야 마음이 놓이는, 속이 좁은 분이었거든요. “한 모금이라니, 그 아까운 걸 어찌 한 모금만 마신담.”

지팡이 소리가 타닥타닥 산길을 올라갔어요. 샘을 찾은 영감님은 곧장 넙죽 엎드렸지요. 벌컥벌컥, 자꾸자꾸.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만하면 새신랑 소리 듣겠구먼.”

해가 기울어도 영감님은 돌아오지 않더랍니다. 걱정이 된 할아버지 내외는 등불을 들고 산길을 올랐어요. “영감님, 어디 계세요?” 돌아오는 건 바람 소리뿐.

“여보, 저 소리 좀 들어 보오.” 샘가에서 가느다란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지요. 옷자락 속에는 조그만 아기가 누워 있었답니다. 너무 많이 마신 나머지 아기가 되어 버린 거예요.

할머니가 얼른 아기를 품에 안았지요. “밤바람이 차오. 이걸 덮읍시다.” 할아버지는 겉옷을 벗어 포근포근 감싸 주었어요. 아기는 울음을 그치고 새근새근 잠이 들었습니다.

누구도 영감님을 나무라지 않았답니다. 두 사람은 아기를 안고 조심조심 산을 내려왔어요. 그날부터 아기는 그 집의 귀한 아이가 되어, 무엇이든 먼저 나누어 주는 사람으로 자랐지요. 그날 밤 초가집 창에는 등불이 오래 켜져 있었어요.

아빠 한마디 ✶

할아버지는 딱 한 모금만 마셨단다. 목을 축일 만큼만 말이야. 그런데 아빠 마음이 더 따뜻해진 건 그다음이었어. 아기가 되어 버린 이웃 영감님을, 나무라는 대신 겉옷을 벗어 감싸 주었거든.

넘어진 사람 앞에서 사람은 두 갈래로 갈린단다. 손가락질하는 쪽과, 겉옷을 벗어 덮어 주는 쪽. 할아버지는 나무라는 말보다 먼저 어깨를 덮어 주는 쪽이었지. 아빠는 우리 아가가 덮어 주는 쪽이었으면 좋겠어.

나누는 마음은 딱 한 모금이면 충분하단다. 그 한 모금이 누군가의 밤을 포근하게 해 준다면, 그게 세상에서 가장 깊은 샘이란다.

잘 자렴, 우리 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