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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옛이야기 · 그림 형제 동화 '황금 거위'

황금 거위

서양 전래동화 · 아빠 태담 잠자리 이야기 · 약 4분

아주 먼 옛날, 숲을 등지고 앉은 작은 마을에 삼 형제가 살았습니다. 위의 두 형은 손이 야무지고 걸음도 빨랐어요. 막내는 늘 한 발짝쯤 뒤에 서 있는 아이였지요.

어느 아침, 나무를 하러 갈 사람이 하나 필요했어요. 형들은 저마다 손에 잡은 일이 있어 바빴답니다. “그럼 제가 다녀올게요. 도끼는 저도 들 수 있어요.” 어머니는 마른 빵 한 조각과 물 한 병을 보퉁이에 싸 주셨지요.

숲 한가운데, 이끼 낀 그루터기에 하얀 수염 할아버지가 앉아 있더랍니다. 어깨가 좁고, 손이 아주 말랐어요. “얘야, 나는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단다.” 바람처럼 가느다란 목소리였지요.

막내는 보퉁이를 곧바로 풀었답니다.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반씩 나누면 둘 다 배가 부르잖아요.” 빵을 뚝 떼어 건네고, 물병 마개까지 열어 드렸어요.

빵을 다 드신 할아버지의 눈이 반짝. 지팡이 끝으로 저만치 늙은 나무 한 그루를 가리켰어요. “저 나무 아래를 살펴보렴. 네가 나눈 만큼이 거기 놓여 있을 게다.”

막내가 그 나무 밑동을 살살 헤쳐 보니, 마른 잎 사이에서 무언가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거위였어요. 부리부터 꽁지까지 온통 금빛인, 세상에 하나뿐인 거위.

그날 저녁, 막내는 마을 어귀의 여관에 들었어요. 거위를 품에 안고 아랫목에 눕자 금세 잠이 쏟아졌지요. 창밖에는 달이 동그랗게 떠 있었답니다.

“세상에, 저 금빛 좀 봐. 딱 한 가닥만 있으면 좋겠는데.” 여관집 작은딸이 살금살금 다가와 깃털에 손을 얹었습니다. 그런데 손가락이 착, 그대로 붙어 버렸지 뭐예요. “어, 어어! 손이 안 떨어져요!”

언니가 달려와 동생의 팔을 잡아당겼습니다. 그런데 잡아당긴 그 손도 동생 팔에 착. “얘, 이게 뭐야? 언니 손도 안 떨어져!” 잠옷 바람으로 달려 나온 여관 주인마저 큰딸의 소매에 그대로 붙어 버렸대요.

아침이 되자 막내는 거위를 안고 길을 나섰지요. 등 뒤로 세 사람이 나란히 딸려 왔어요. “괜찮아요. 조금 걷다 보면 스르르 떨어질지도 몰라요.” 막내의 목소리에는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밭에서 호미질하던 아주머니가 그 줄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아니, 이 아침부터 어디들 가시나?” 궁금한 김에 주인의 옷자락을 톡 건드렸다가, 호미를 든 채로 네 번째가 되고 말았지요. 빵집 아저씨가 다섯 번째, 종을 치러 가던 아이가 여섯 번째였답니다.

“잠깐만요, 저는 지금 급한데요!” “여기서 급한 사람이 자네뿐인 줄 아는가.” 여섯 사람은 발이 엉킨 채 오리처럼 뒤뚱뒤뚱, 성 앞 잔디밭까지 줄줄이 따라갔습니다.

그 성에는 한 번도 웃어 본 적이 없는 공주가 살았습니다. 슬픈 아이는 아니고, 그저 아직 웃을 일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었어요. “오늘도 창밖은 어제랑 똑같네. 재미있는 일은 다 어디에 있을까.” 공주는 턱을 괴고 중얼거렸지요.

바로 그때, 창밖으로 뒤뚱뒤뚱 여섯이 지나갔지요. 공주는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그만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그렇게 환한 웃음소리는 성안 누구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답니다.

공주의 웃음소리가 잔디밭 위로 퍼지자, 붙어 있던 손들이 스르르 풀렸답니다. 한 사람, 두 사람, 여섯 사람 모두 제 손을 되찾았어요. “어? 손이 떨어졌네!” “아이고, 내 호미는 어디 갔누.”

여섯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다가 그만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어요. 잠깐 욕심이 났던 마음도 웃는 동안 깃털처럼 가벼워졌지요. 그날 저녁 성 마당에 등불이 하나둘 켜지고, 막내와 금빛 거위는 그 아래에서 포근포근 잠이 들었답니다.

아빠 한마디 ✶

막내가 가진 건 마른 빵 한 조각이 전부였어. 그런데 그 반쪽이 금빛 거위가 되고, 거위가 여섯 사람의 손을 붙잡고, 그 우스운 줄이 한 아이의 첫 웃음이 되었단다. 나눔은 그렇게 멀리까지 굴러가는 거야.

우리 아가도 언젠가 손에 든 게 아주 작게만 느껴지는 날이 올지 몰라. 그럴 때 아빠는, 우리 아가가 그 작은 걸 반으로 뚝 떼어 볼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많이 가진 사람이 나누는 게 아니라, 나누는 사람이 큰 사람이 되는 거거든.

그리고 잠깐 욕심이 났던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막내가 그랬듯이 괜찮아요, 하고 나란히 걸어 주면 어느새 다 같이 웃게 되더구나. 아빠는 우리 아가 곁이 늘 그런 웃음소리로 가득했으면 좋겠어.

잘 자렴, 우리 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