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장이와 요정들
아주 먼 옛날, 어느 골목 끝에 늙은 구두장이가 살았습니다. 솜씨는 좋았지만 살림은 자꾸 기울었지요. 나중에는 가죽이 딱 한 켤레 분량만 남았어요.
그날 저녁, 구두장이는 가죽을 정성껏 재단해 작업대에 올려 두었답니다. “내일 아침에 만들어야지.” 눈이 침침해서 더는 바늘을 잡을 수가 없었어요.
이튿날 아침, 작업대 위에는 반짝반짝 윤이 나는 구두 한 켤레가 놓여 있었지요. 바느질이 어찌나 고운지 실밥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보, 이것 좀 봐요.” 구두장이가 아내를 불렀어요. “밤새 누가 다녀갔나 봐요.” 두 사람은 구두를 이리 보고 저리 보았답니다.
그날 오후, 한 손님이 그 구두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대요. “이런 구두는 처음 보오. 값을 더 쳐 드리리다.” 손님은 곱절을 치르고 갔지요.
구두장이는 그 돈으로 가죽을 두 켤레 분량 샀습니다. “이번엔 두 켤레를 놓아 봅시다.” 저녁에 또 정성껏 재단해 두었어요.
아침이 되자 구두 두 켤레가 나란히 놓여 있었더랍니다. 그다음 날은 네 켤레, 그다음 날은 여덟 켤레였지요.
겨울이 다가올 무렵, 골목 끝 가게는 다시 환해졌어요. 어느 밤 아내가 조용히 말했답니다. “오늘은 자지 말고 지켜봅시다. 누가 다녀가는지는 알아야지요.”
두 사람은 촛불을 끄고 커튼 뒤에 숨었습니다. “쉿, 저기요.” 자정이 되자 창틈으로 무언가가 사뿐 들어왔지요.
손바닥만 한 요정 둘이었어요. 옷이라고는 실오라기 몇 가닥뿐이었답니다. 맨발에 발가락이 빨갛게 얼어 있었지요.
요정들은 작업대에 올라앉아 뚝딱뚝딱 구두를 지었습니다. “뚝딱뚝딱, 밤은 짧고.” “뚝딱뚝딱, 손은 바쁘고.” 날이 밝기 전에 창틈으로 다시 사라졌어요.
“저 발 보셨어요?” 아내가 먼저 입을 열었답니다. “얼마나 시렸을까.” “우리가 옷을 지어 줍시다.”
그날부터 두 사람은 밤마다 바느질을 했어요. 아내는 작은 저고리와 바지를 짓고, 구두장이는 손가락만 한 구두를 지었지요. “이 코가 제일 어렵구먼.”
눈이 펑펑 내리던 밤, 부부는 작업대 위에 가죽 대신 옷을 올려 두었습니다. 옷 옆에는 아주 작은 구두 두 켤레를 나란히 놓았지요.
자정이 되자 요정들이 사뿐 들어왔어요. 작업대 위를 보고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답니다. “이게 다 우리 거예요?” “우리 발에 딱 맞아요!”
요정들은 새 옷을 입고 폴짝폴짝 뛰었지요. “이제 하나도 안 시려워요!” 노래를 부르며 창틈으로 나가더니, 그 뒤로는 오지 않았대요. 그래도 골목 끝 가게에서는 밤늦도록 도란도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답니다.
부부가 밤새 지은 건 요정들에게 줄 삯이 아니었어. 시린 발을 보고 마음이 아팠던 거지. 고맙다는 말을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아빠는 이 방법이 제일 다정하더라.
받은 것을 그대로 돌려주면 셈이 맞을 뿐이란다. 그런데 부부는 셈에 없던 걸 보았어. 구두를 몇 켤레 지었는지가 아니라, 그 작은 발이 얼마나 추웠을지를 말이야.
우리 아가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받거든, 그 사람에게 지금 무엇이 필요할지 한 번 생각해 주렴. 아빠는 우리 아가가 셈보다 마음이 먼저 보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