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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옛이야기 · 한국 전래동화 '방귀쟁이 며느리'

방귀쟁이 며느리

한국 전래동화 · 아빠 태담 잠자리 이야기 · 약 4분

옛날 어느 마을에 새색시 하나가 시집을 왔습니다. 얼굴이 발그레하고 손끝이 야무진 색시였지요. 식구들은 모두 색시를 어여삐 여겼어요.

그런데 한 달이 지나자 색시의 얼굴이 자꾸 노래졌어요. 밥도 잘 넘기지 못하고, 기운도 없었답니다.

시아버지가 걱정이 되어 물으셨지요. “얘야, 어디가 아프냐?” 색시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한참을 말이 없었어요.

“말해 보아라. 집안 식구끼리 무슨 말을 못 하겠니.” 시어머니가 손을 잡아 주셨습니다. 색시는 그제야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지요.

“실은… 방귀를 참고 있었습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어요. 시아버지가 눈을 껌뻑이셨답니다.

“그런 걸 왜 참았어!” “새 집에서 그러면 흉이 될까 봐요.” 색시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지요.

시어머니가 먼저 웃음을 터뜨리셨어요. “아이고, 이 착한 것아. 어서 시원하게 뀌려무나.”

색시는 조심조심 일러 두었습니다. “그럼 아버님은 문고리를 꼭 잡으세요. 어머님은 기둥을요.”

식구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자 색시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답니다. 그러고는 뿌우웅.

문짝이 덜컹덜컹, 솥뚜껑이 달그락달그락. 마당의 닭들이 푸드덕 날아올랐어요. 처마 끝에서는 먼지가 폭 하고 떨어졌지요.

방귀가 그치자 색시의 얼굴에 다시 발그레 핏기가 돌았습니다. “아이고 시원해라.” 식구들은 서로 얼굴을 보며 껄껄 웃었어요.

며칠 뒤, 색시는 시아버지와 함께 친정 나들이를 나섰지요. 가는 길에 커다란 배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답니다.

나무 아래에는 장사꾼들이 모여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었어요. “배는 높다랗게 달렸는데 딸 수가 있어야지.” 다들 목이 아프도록 고개를 젖히고 있었지요.

색시가 조용히 앞으로 나섰습니다. “제가 한번 해 볼까요?” 그러고는 나무를 향해 뿌우웅.

노란 배가 우수수수 쏟아져 내렸대요. 장사꾼들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배를 주워 담았지요. “이런 재주는 난생처음 보오!”

돌아오는 길에 시아버지가 색시의 짐을 대신 들어 주셨답니다. “우리 며느리, 참 대단하구나.” 색시는 그날부터 아무것도 참지 않고 아주 편안하게 살았어요.

아빠 한마디 ✶

새색시가 아팠던 건 몸이 약해서가 아니었어. 흉이 될까 봐, 미움받을까 봐, 제 것을 자꾸 안으로만 삼켰기 때문이었지. 참는 게 언제나 착한 건 아니란다.

식구들이 참 좋았던 건 웃어넘기지 않고 문고리를 잡아 준 거야. 어서 시원하게 뀌라며 자리를 만들어 주었잖니. 누군가를 편하게 해 주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니라, 이렇게 한 발 비켜서 주는 일이더라.

우리 아가도 우리 집에서만큼은 아무것도 참지 않았으면 좋겠어. 배가 고프면 고프다고, 서운하면 서운하다고 소리 내어 말해 주렴. 아빠는 그 소리를 듣고 제일 먼저 문고리를 잡아 주는 사람이 될게.

잘 자렴, 우리 아가. 🌙